K-UP 2 Project
2025.01~2025.12




포청연 프로젝트(K-UP2). 꿈꿀 수 없는 꿈을 꾸는 사람들
95년 겨울, 영하 25도의 혹한 속에서 두만강 유역 중국도시 남평 언덕에서 강건너 무산을 바라보았다. 새까만 노천 광산, 뿌연 연기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 따닥따닥 따개비처럼 붙어있는 단층집 굴뚝마다 밥짓는 연기들이 솔솔 올라가고 있는 것이 가슴 시리도록 정겨웠다. 그 속에서 살고 있을 비록 가난하지만 정겨운 우리 민족의 함경도 사투리들이 조근조근 들리는 듯 내 마음은 그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13억톤이라는 아시아 최대의 자철광(마그네타이트)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 도시 무산, 이 철광석을 언젠가 내가 살던 곳 포항의 포스코에서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도무지 불가능해 보이는 그 꿈이 성큼 내 심장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기도했다. 그리고 30년이 흘렀다. 내 안에 싹튼 그 꿈은 마치 사막의 선인장처럼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그리고 오늘 꿈꿀 수 없는 그 꿈에 함께 할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요셉의 꿈처럼, 오래된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무산 광산이 돌아가고 있는 동안은 강 하류는 시커먼 탁류, 우리가 부르던 노래 “두만강 푸른 물~”이 아니었다.
무산에서 캐낸 자철광은 파쇄를 통해 밀가루처럼 미분이 되고 그 중에서 철성분을 선별하기 위해 자력 선광 (benification)을 한다. 철성분이 25% 미만이던 광물을 빻아서 자석을 통해 골라내면 63%이상의 철 성분이 높아진 가루가 된다. 이 미분광을 함경북도의 주도인 청진시까지 직경 90cm가량의 대형 관에 넣어 물과 함께 압력을 높혀서 수송한다. 무산과 청진 사이에는 이 자철광을 운반하기 위한 복선 레일도 깔려있다. 무산에서 95Km, 250리를 달려가면 청진시에 북한 최대의 제철소 김책제철연합기업소가 있는 것이다.
동해를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을 이어서 대륙으로 달려가고픈 소망으로 유라시아 원이스트씨 포럼을 만들었다.
그 꿈에 동참한 여러 전문가 분들과 함께 동해안 제철도시 포항과 청진을 잇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자한다.
친환경제철공정 FINEX와 HyREX를 김책제철소에 세우고, 포항과 청진을 오가는 화물선으로 철강재를 나르며, 유럽이 2차대전 후에 평화의 기초를 놓기 위해 시작했던 유럽석탄철강공동체(European Coal & Steel Community, EcSC)와 같이 남북한 철강공동체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것이 평화의 구름다리가 되어 포항에 있는 청진리 사람들과 청진에 있는 포항동 사람들이 서로 오가며 함께 땀흘려 일하고 새로이 하나된 나라를 건설하는 그 꿈을 꾸는 것이다. 그 꿈꿀 수 없는 꿈을 함께 꿀 수 있도록 도우신 정림 건축에 감사드린다.